김정현 씨 가족은 매년 마지날 밤 열 시에 한자리에 모여 서로에게 '인연 편지'를 쓰는 시간을 갖는다. 일 년에 단 한 번,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족 행사이기에 단 한 명도 빠지는 일은 없다.
가족이 함께 모여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서로에게 바라는 점과 앞으로의 희망 사항 들을 적어 편지를 주고받는다. 작년에는 큰아들 우년이가 정현 씨에게 금연을 부탁하는 편지를 썼다.
아빠, 저 큰아들 우년이에요.
요새 아빠가 부쩍 담배를 많이 피우시는 것 같은데, 아들로서 아빠 건간이 나빠지까 봐 몹시 걱정되요. 아빠만 빼고 우리 가족들은 모두 담배를 안 피우잖아요? 그리고 다 건강하고요. 혹시라도 아빠만 아프게 되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.
곧 새로운 해가 밝아와요. 내일부터는 아빠가 이마에 주름을 보이시면서 담배 피우는 일이 없기를 꼭 기도할게요. 아빠, 금연해주실 수 있으시죠? 엄마와 저와 수년이를 위해서 꼭 부탁드려요.
아빠, 사랑해요.
김정현 씨는 아들의 이 편지를 받고 도저히 금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.결국 그는 그 자리에서 금연을 선언했다. 자신이 앞장서서 가족과 서로 믿고 실천하기 위해 만든 약속의 시간이었기에 번복할 수도 없었다. 사실 아들이 거창한 부탁을 한 것도 아니었고 개인의 절제를 요구하는 일이었기에 아빠로서 이 정도도 못해주면 안 된다는 마음이 들었다. 그때의 약속 이후로 지금까지 김정현 씨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. 그리고 그 약속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.
우년이가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쓴 '인연 편지'에서는 중학생이 되고 난 후의 목표를 가족들 앞에서 약속하기도 했다.
"아빠, 엄마, 저 중학교 2학년 때에는 검정고시를 치르고, 충분한 여행을 하고 싶고, 독서도 하고 싶어요. 그래서 말인데, 중학교 3학년 정도가 되면 친한 형이랑 같이 배낭여행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세요."
"그래, 어디를 가고 싶은데?"
"우리나라 전국일주를 꼭 해보고 싶어요. 가능하다면 해외도 좋고요. 아빠, 엄마랑 가본 곳도 있겠지만 친한 형이랑 둘이 가보는 것도 무척 재밌을 것 같아요."
김정현 씨는 마냥 어린아이 같던 우년이가 예상 밖의 큰 포부를 밝히자 무척 기특해 보였다. 배낭여행을 계획하게 된 계기를 붇자 아는 형과 이야기하던 중 남들이 해보지 않은 걸 해내고 싶다고 서로 다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.
김정현 씨는 앞으로 몰라보게 성장할 우년이의 모습을 기대하며 묵묵히 곁을 지키고 응원해주리라 다짐했다.
이렇게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쓰는 '인연 편지'는 서로를 이해하고 앞날을 격려할 수 있는 뜻 깊은 가족 행사이다. 모든 관계의 원인은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만큼 '인연 편지 쓰기'는 가족 간의 소통을 원활히 하는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 수 없다.
*출처 :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 아빠 공부(김대범 지음 / 책비)